[칼럼] 트럼프의 거짓말, 우리 정치인들을 본다

주장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7/23 [09:06]

[칼럼] 트럼프의 거짓말, 우리 정치인들을 본다

주장환 논설위원 | 입력 : 2024/07/23 [09:06]

사진=pixabay

[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하루 16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는 지난 18일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의 집권 당시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으며 북한 미사일을 막았다"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두 차례 만났으나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 재임 기간 중 잠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중단되긴 했지만, 그가 퇴임하기 전인 2019년 5월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다음해에 두 사람은 판문점에서 만났지만 불과 한 달 뒤인 7월에도 북한은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뒤통수를 쳤다.

트럼프가 자꾸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우매한 민중들을 얏보기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는 어리석은 민중들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단점이 심화되면 위세를 드러내는 이런 정치가 바로 중우정치(衆愚政治)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거짓말때문에 쓴맛을 본 사례다. 1972년 6월, 닉슨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다.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 보좌관 등이 사건에 연루되고 대통령 자신도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닉슨의 운명은 바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짓말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뒤집어진 일이 있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김대업이라는 한 인물의 등장으로 거짓이 진실을 매장시켜 버렸다. 김대업은 대선주자 이회창의 두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것이 비리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병역비리에 관한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서 국민들을 속였다. 일부 언론이 여기에 가세하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 측에서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변해 갔다.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는 2.3%포인트 차이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법원은 병역 의혹으로 인한 이회창의 지지율 하락이 “최대 11.8%포인트”에 달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배후가 누구인지 누가 기획했는지 모든 게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류의 정치인들이 아직도 득세 하고 있다. 광우병 허위 유포, 천안함 미군 개입설, 사드 전자파 참외, 세월호 고의침몰설, 미군 충동설 등등 온갖 허위와 조작된 정보로 국민을 능멸한 사람들이 버젓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다닌다. 이런 자들을 일일이 꼽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도덕성을 최고 가치로 친다. 공산주의자들처럼 입만 떼면 거짓말을 하는 자들은 국민을 대의할 수 없다. 과거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해도 도덕성이 있었고 체면이 있었으며 나름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땅의 정치인들은 무슨 조폭이나 사이비 종교단체원이 된 듯하다. 하긴 트럼프 같은 거짓말쟁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또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마당이니 우리 정치인들도 거짓말로 재미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아테네의 몰락 이유를 ‘중우정치’로 지적한 플라톤의 경고가 으스스하다. EP

jj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주장환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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