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영호의 ‘고난의 행군’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4/10/16 [07:46]

[칼럼] 태영호의 ‘고난의 행군’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4/10/16 [07:46]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지난 2016년 8월 17일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인 태영호 씨는 당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였다. 탈북 이후 2020년 서울 강남 갑에서 21대 국회의원이 됐고, 올해 4월에 열린 22대 총선에서는 서울 구로구 을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7월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태영호 씨는 북한을 이탈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한국에 안착했다. 다른 탈북민들처럼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 공안에 쫓기거나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 공군기지-독일 람슈타인을 거쳐 서울로 왔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의전 서열 67위에 올랐고, 평통 사무처장이 되면서 첫 탈북민 출신 차관급이 됐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규모가 18억6500만원이었다. 탈북 4년 만에 18억원을 모아 큰 주목을 받았었다.

태영호 씨가 최근 들어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다. 

그는 탈북의 가장 직접적 동기가 아들의 강제귀국이었다고 했다. 원래는 10년간의 영국 공사 활동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해외파견근무자들은 자녀가 둘이면 하나는 반드시 북한에 두고 가야 한다는 규칙이 있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2017년 기자회견에서는 “자녀들을 위해 망명을 결심했다. 27살, 20살 두 아들이 한국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 아들 태모 씨(32)가 사기·횡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고, 사기 금액이 16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남의 사기 혐의에 관해 “맏아들 문제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자 태 씨는 “경찰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 피해는 태 사무처장의 아들이 태 사무처장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 벌인 사기 사건들”이라며 “태영호 사무처장은 탈북해 한국에 와서 국회의원과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돼 탈북민들이 굉장히 큰 자부심을 느꼈는데, 이 자부심에 재를 뿌린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여러 차례 사과를 종용했으나 그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한 의원은 고소된 사기 금액이 16억원에 이르는데도 태 사무처장은 피해자들에게 “아들이 성인이어서 나와 관계없다”고 말했다고 비판하면서 태 사무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어쨌거나 태영호 씨는 2020년 5월 ‘김정은 사망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면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식 때문에 탈북했다고 했는데 그 자식이 아버지를 팔아 범법자가 됐으니 그에게는 지금이 ‘고난의 행군’이다. 뭐든지 과하면 독(毒)이 된다고 했다. 배가 고파도 죽지만 배가 불러도 죽겠다는 게 요즘 세상이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좀 더 내밀한 북한 소식의 전령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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