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디딤돌 대출' ···정책 잘못이 부동산 시장 왜곡 키울수있어

열흘새 세 차례 걸쳐 입장 번복…실수요자 반발
국정감사서 지적 쏟아지자 국토부 장관 "죄송하다"

정시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0/25 [11:53]

오락가락 '디딤돌 대출' ···정책 잘못이 부동산 시장 왜곡 키울수있어

열흘새 세 차례 걸쳐 입장 번복…실수요자 반발
국정감사서 지적 쏟아지자 국토부 장관 "죄송하다"

정시현 기자 | 입력 : 2024/10/25 [11:53]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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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정시현 기자] "경기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고 잔금일을 보름여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디딤돌 대출을 축소한다는 뉴스가 나와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미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도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말에 급히 은행에 달려가 문의를 했으나 은행도 정확한 기준을 모르고, 정부에서도 자꾸 발표를 뒤집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인천 거주 30대 신혼 A씨)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금리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한 행보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당장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계획을 세워 둔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과하며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수도권 미등기 신축 아파트에는 규제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이 5억원(신혼가구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4억원)을 최저 2%대 저금리로 빌려주는 정책 대출 상품으로,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70%(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80%)까지 대출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기습적으로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을 일부 제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지난 14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21일부터 주요 시중은행에서 해당 규제 시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기존 대출 기준에 맞춰 자금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시행일을 결국 사흘 앞둔 지난 18일 해당 조치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그런데 닷새 만인 지난 23일 "비수도권은 제외하되 곧 시행은 하겠다"고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결국 "국민에게 혼선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이어 "비수도권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포함한 맞춤형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며 "현재 대출이 신청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시행할 때도 국민들의 혼선과 불편이 없도록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고 유효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유효기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딤돌 규제 완전 폐기 등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빠른 시일 내에 맞춤형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게 (디딤돌 대출) 폐기는 아니죠"라고 묻자, 박 장관은 "폐기는 아니고 규제를 받는 분과 안 받는 분을 지역에 따라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예 기간을 두되, 수도권에선 소액 임차인 우선변제금(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만큼 대출 한도를 줄이고, 미등기 신축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요자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A씨는 "디딤돌은 5~6억원대 아파트까지만 받을 수 있는 서민용 정책 대출"이라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거래들은 주로 서울에 위치한 10억원 이상의 고가 거래들인데 왜 서민들의 정책대출을 건드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경기권 신축 매입을 준비하는 예비부부 B씨는 "서울은 너무 비싸 살 수가 없다 보니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수도권 미등기 신축 아파트는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없다니 당황스럽다"며 "매수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럴 거면 미리 어디든 사서 대출 신청을 넣어놓을 걸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분명한 명분과 기준도 없이 정책 규제를 시도해 시장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책을 시행하면 항상 반대급부가 존재한다. 반발이 있어도 필요하면 설득하면서 밀어붙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명분이 없거나 효과가 미비하다면 처음부터 시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디딤돌 등 정책 상품까지 손을 댄 것은 정부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규제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디딤돌대출을 규제한다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안정될까 의심스럽다"며 "디딤돌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은 5억원까지인데 서울에는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정도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거나 지방인데 계속 반복되는 정책 잘못이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P

 

js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정시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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