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변화 없다'는 직장인들

김윤경 기자 | 기사입력 2019/12/09 [11:21]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변화 없다'는 직장인들

김윤경 기자 | 입력 : 2019/12/09 [11:21]

지난 7월 광화문 광장 네거리에서 열린 갑질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시민들에게 직장 갑질 금지법 캠페인 부채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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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김윤경 기자] #. 지난 4일 전북 한 자치단체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A씨를 두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사내 갑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감사팀은 가해자에 대해 “업무에 대한 열정이 빚어낸 말실수”라면서 “징계는 과하다”고 판단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씨는 폭언과 인격 모독을 일삼아왔을 뿐만 아니라 직원이 올린 결재 서류를 찢어버리는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일에도 한 사회복지시설장 B씨의 행태가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B씨는 시설 직원 월급 중 5~10%를 후원금 명목으로 매달 떼 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 징수가 불합리하다고 여긴 직원 C씨는 동료들과 함께 후원금 납부를 거절했으나 B씨는 “직원들이 싸가지가 없다”면서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휴가비나 명절 상여금, 성과급 등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B 씨는 “시설장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40여일이 지났지만, 직장인은 법 시행 후 큰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법안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민간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 6월과 10월 설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인지도는 시행 직전 달보다 3달여가 지난 10월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엔 법안에 대한 인지도가 33.4%에 머물렀으나 10월 응답자 중 77.2%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법안을 인지한 직장인이 늘었다고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장인 60.8%는 여전히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 역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68.8%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다. 법안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지난 7월16일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9월19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총 794건에 달했다.
 
회사에서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취업 포탈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75.2%가 ‘없다’고 답했다. 안정적인 정착 여부에 대해선 응답자 49.7%가 ‘많은 관심을 받겠지만 정착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회의적인 답변의 이유는 ▲개정안 내용을 잘 모르거나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해서 ▲법의 사각지대 ▲괴롭힘 증거 확보의 어려움 ▲괴롭힘에 대한 기준 모호 등의 의견을 냈다.
 
물론 법안의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31일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 뿌수기 공모전’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이겨낸 사례를 비롯해 법안 시행 후 변화한 모습을 발표했다.
 
공모전 사례에 따르면 대학교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여성 D씨는 정규직 남성 선임 E씨에게 수차례 성폭력 및 성추행을 당해왔다. E씨는 D씨에게 “너와 성관계를 하고 싶어 꿈까지 꿨다” “나는 육체적으로 너를 좋아하면 안 되느냐”는 등의 발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출장 자리에서 E씨는 D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D씨는 자신과 비슷한 일을 당한 동료들과 함께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신고했으며, E씨는 10년간 일한 직장에서 해임 및 동종업계 취업 불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본 법안의 입법과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 경우 지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회사에 상담 지도를 하는 수준일 뿐, 현실적으로 법적 처벌로 가도록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고 현재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EP
 
ky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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