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밀착···미·중 타협 속 푸틴의 줄타기

중국 환구시보 등 관변 매체, “중·러 관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 격상”
시진핑·푸틴 ‘정상 간 신뢰’ 강조하며 서방 압박에 공동 전선 과시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5/21 [06:25]

중·러 밀착···미·중 타협 속 푸틴의 줄타기

중국 환구시보 등 관변 매체, “중·러 관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 격상”
시진핑·푸틴 ‘정상 간 신뢰’ 강조하며 서방 압박에 공동 전선 과시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입력 : 2026/05/21 [06:25]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

【이코노믹포스트=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중국 환구시보와 관영 신화통신 등 주요 관변 매체들이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두고 “원수 외교(정상 외교)의 견인이 중·러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었다”며 양국의 밀착 관계를 일제히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글로벌 다극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양국 정상이 대체 불가능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외교적 수사 뒤에는 미·중 대타협이라는 거대한 정세 변화 속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푸틴 대통령의 복잡한 셈법과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쏟아낸 보도의 핵심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신뢰와 유대감’이다. 환구시보는 두 정상이 국제사회의 불안정성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베이징 회담을 통해 에너지·경제·안보 전반에서 양국의 협력 수준이 질적으로 도약했다고 치켜세웠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에 중국은 사실상 유일한 경제적 생명선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가스관 프로젝트인 ‘시베리아의 힘 2’의 최종 타결과 막대한 에너지 수출길 확정을 시도하는 등 중국의 우회적인 군사·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두고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호 윈-윈의 모범 사례”라며 포장하고 있다.

중·러 관영 언론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관계’를 과시하는 진짜 목적은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 대한 견제에 있다. 신화망은 두 정상이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공정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연출하는 화려한 환대에 비해 실질적인 결과물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기 불과 나흘 전, 트럼프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만나 전격적인 무역 대타협을 이뤄냈다. 미국과의 관계 안정 및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회피가 급선무인 중국 입장에서는 전쟁의 늪에 빠진 러시아를 위해 미국과의 판을 깨는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들이 사용하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更上一层楼)”이라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푸틴 체제가 직면한 치명적인 외교적 열세를 은폐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중국은 푸틴이 간절히 원하는 가스관 계약에서 철저하게 가격을 후려치며 자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으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푸틴의 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양면 외교를 펼쳤다.

결국 중국 언론이 연일 띄우는 중·러 밀착의 실체는 러시아를 미국 견제용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냉정한 계산과, 중국의 경제적 산소호흡기 없이는 체제 유지가 불가능한 푸틴의 절박함이 맞물린 ‘기형적 동맹’이다. 외교적 수사는 화려할지언정, 베이징의 냉혹한 실리외교 틈바구니에서 러시아의 대중국 종속 심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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