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한국·대만 청년들, 투기판에서 "허우적"

집값 상승에 절망한 청년들, 레버리지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어
한순간에 날아간 전 재산···"도파민 중독이 부른 벼락거지 탈출 몸부림"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8/07 [06:17]

AI 열풍 속 한국·대만 청년들, 투기판에서 "허우적"

집값 상승에 절망한 청년들, 레버리지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어
한순간에 날아간 전 재산···"도파민 중독이 부른 벼락거지 탈출 몸부림"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입력 : 2026/08/0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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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삶의 반전을 노리는 아시아의 젊은 개미 투자자들이 반도체와 AI 열풍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으나 벼락부자의 꿈은 피눈물이 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CNN은 6일(현지시간) 서울 발 기사 ‘아시아의 거친 AI 열풍, 주가 출렁임 속에 불붙고 사라져 버린 벼락부자의 꿈(Asia’s wild AI frenzy stock swings ignite and destroy dreams of getting rich)’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올해 초 AI 데이터센터 폭증과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엔비디아 등 미국 AI 공룡들의 칩 확보 전쟁 속에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250배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이 눈부신 상승장의 그늘 아래에는 빚을 내어 위험한 투기에 나선 서민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이 뜨거운 열풍은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긴 청년층의 절박한 '벼락거지' 탈출 몸부림으로 읽힌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동산 폭등기를 놓치고 가상화폐 파동에서 손실을 입었던 2030 세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거대 기업의 반도체 붐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던 한국의 상황은 더욱 가파르다면서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도입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빚투(신용거래)가 기름을 부었다고 전했다.

CNN은 “수익도 두 배지만 손실도 두 배가 되는 고위험 상품에 개미들의 자금이 쏠렸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달콤한 마약 같지만, 하락장에서는 개미들의 뼈를 깎는 가혹한 채찍으로 돌변한다. 금융 당국이 위험성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고위험 상품을 허용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고 평했다.

유튜브로 번 돈과 전 재산 7억 원(약 48만 달러)을 미국 기술주와 한국 반도체 주식,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39세 보디빌더 최은종 씨의 고백은 개미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기간에 큰 돈을 벌며 도파민 중독에 빠졌던 그는 결국 빚만 남긴 채 부모님과 구독자들에게 눈물로 고백했다. 그의 영상에는 "13년 모은 3억 원을 날리고 빚만 5,000만 원이다", "30대 초반에 모든 것을 잃고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는 수천 개의 절망적인 댓글이 달렸다.

CNN은 “한국 개미들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이제 글로벌 증시마저 흔드는 변수가 되었다”면서 TSMC가 대만 증시의 42%를 차지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지난달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265억 달러 규모로 상장되면서 한·미 증시는 24시간 연결된 하나의 투기장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카지노'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부랴부랴 레버리지 ETF의 최소 증거금을 올리고 신규 상장을 중단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위험 상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출시한 점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CNN은 “뒤늦은 규제와 사과는 이미 전 재산을 잃은 개미들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라는 치적에 눈이 멀어 개미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CNN은 또 “대만의 35세 직장인 제니퍼 커 씨처럼 저임금과 물가 상승에 지친 이들이 대거 주식 시장에 진입했다. 대만 증권거래소의 신규 계좌는 지난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하면서 상승장에서 투자 앱을 매일 확인하던 초보 투자자들은 최근 기술주 거품 논란과 주가 폭락을 맞닥뜨리며 손실 공포로 앱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대만 국립대 중산린 재무학 교수는 투자자들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빚을 내어 투자(신용 거래)하고 있으며, 전업 투자자를 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두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 하락 시 신용 거래로 인한 강제 매도(반대매매)가 패닉을 불러일으켜 시장 전체의 대형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AI가 가져다준 기술적 혁신과 거대한 부는 아시아의 반도체 공룡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극심한 양극화와 성장의 소외 속에서 한판 승부에 인생을 걸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메워질 수 없는 상처와 부채만을 남기고 있다는게 CNN의 냉혹한 평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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