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불과 하루 앞두고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힌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에 이란 비핵화 공조 참여를 물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취지의 내용까지 덧붙였다. AP통신이 한국의 협조 거부 이후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트럼프의 불만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자체보다 더 엄중한 것은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핵심인 연합방위태세의 가치를 직접 문제 삼았다는 사실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단순한 군사행사가 아니다. 유사시 양국 군이 실제 전장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북한에는 대한민국을 공격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억제의 메시지를 보내는 핵심 장치다. 그런 훈련의 의미가 동맹의 최상위 지도자에 의해 공개적으로 폄훼된 것은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음이다. 더욱이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고 북·중·러의 군사적 밀착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마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신뢰와 결속이 흔들린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동맹과 안보를 말이 아닌 힘과 신뢰가 지킨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1938년 뮌헨협정과 1939년 폴란드의 비극이 그랬다. 강대국의 약속과 외교적 보장만으로 국가의 생존을 지킬 수 없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당시 유럽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하고 동맹을 원한다면 동맹국이 대한민국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신뢰와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안보에는 좌우가 없고 미사일은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밖으로는 동맹의 균열 가능성이 커지고 북핵 위협이 현실화하는데, 안으로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국론을 갈라놓는다면 결국 우리 스스로 안보의 틈을 넓히는 꼴이 된다.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론이 흔들리고 국권을 잃었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 3군 사관학교 통합, 전작권 환수같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일수록 현장과 현실을 외면한 관념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한 냉정한 판단과 국민적 단합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트럼프의 발언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을 멈추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촘촘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평화는 희망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동맹은 문서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결국 강한 국방력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지킨다. SW ster@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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