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엔 육박한 엔저···'감세 포퓰리즘'이 부른 재정 위기

‘소비세 0%’와 370조 엔 투자···재원 없는 팽창 재정이 엔화 가치 떨어뜨려
금리 상승과 국채 부담의 악순환···‘재정 건전성’ 외면한 성장의 함정 우려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9/01 [06:07]

160엔 육박한 엔저···'감세 포퓰리즘'이 부른 재정 위기

‘소비세 0%’와 370조 엔 투자···재원 없는 팽창 재정이 엔화 가치 떨어뜨려
금리 상승과 국채 부담의 악순환···‘재정 건전성’ 외면한 성장의 함정 우려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입력 : 2026/09/01 [06:07]

뉴시스

【이코노믹포스트=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지난 7월 급격한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일 정부가 15년 만에 이례적인 공동 개입에 나섰지만, 달러당 엔화 환율이 다시 160엔대에 육박하며 엔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160엔을 돌파한 뒤 159.7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당국의 개입 효과가 불과 한 달 만에 무력화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미일 외환 당국의 물리적 개입도 막지 못한 거대한 엔저 흐름의 이면에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감세 포퓰리즘’과 무분별한 재정 확대 정책이 있다는 냉혹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각료회의를 통해 1989년 소비세 도입 이후 최초로 소비세 인하를 결정했다. 현재 8%인 식음료 소비세율을 2027년 4월부터 2년간 1%로 인하하고, 나머지 금액은 현금 지원으로 보충해 사실상 ‘0%’로 낮추는 방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한 민생 대책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경제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소비 여력이 큰 부유층에 혜택이 더 집중되어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마저 바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붕괴 직전에 몰린 일본의 재정 건전성이다. 식음료 소비세율을 0% 수준으로 인하할 경우 연간 약 5조 엔(약 3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 구멍이 생긴다. 반면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다카이치 정부는 17개 우선 전략 분야에 공공·민간 합산 370조 엔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다,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비 증액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성장 투자 명목으로 예산 요구 상한선마저 철폐하면서, 2027 회계연도 각 부처 예산 요청액은 무려 130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일본은 지난 30여 년간의 초저금리 덕분에 세계 최악 수준의 정부 부채 비율에도 국채 이자 부담을 낮게 유지해 왔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세수가 늘며 '재정 호황기'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이는 재정 구조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였을 뿐이다. 지금처럼 시장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확실한 재원 대책 없이 국채 발행에만 의존한다면 이자 지급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과 금리 급등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위험이 크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를 잡는 정석적인 해법은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이지,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같은 전면적 재정 투입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재정 호황’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맞춤형 복지와 성장 잠재력 확충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재원 확보 방안이 빠진 다카이치 정권의 포퓰리즘적 지출이 엔화 가치 하락과 재정 위기를 동시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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