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삶은 소대가리’에서 ‘광대극’까지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26/10/03 [13:20]

【사설】 ‘삶은 소대가리’에서 ‘광대극’까지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26/10/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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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또다시 남측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이를 ‘광대극’이라고 조롱했다. 앞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관련한 우리 군의 입장도 ‘자작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대화와 긴장 완화를 말하는 상대에게 돌아온 것은 화답이 아니라 모욕이었다.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북한은 문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남북정상회담과 평화경제를 이야기하고,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했던 대통령에게 돌아온 말이었다. 이후에도 북한은 남측 대통령과 당국자를 향해 ‘겁먹은 개’ 등 원색적인 표현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정상회담과 경제협력,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했다. 당시의 모든 노력을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했고, 2006년에는 첫 핵실험을 감행했다. 화해와 지원이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던가를 보여주는 교훈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과 북한의 의도를 낙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화를 이어가는 정부라면 오히려 더 냉정하게 상대의 행동을 살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도 도발을 중단하고, 합의와 약속을 지키며, 실질적인 행동으로 화답해야 한다.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근거 없이 부정하고 대통령의 발언까지 조롱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선의만 강조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최근 아예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거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는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에게 통일의 당위만 되풀이한다고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북한의 핵 위협과 적대적 태도를 직시하면서 통일과 교류가 국민의 안전과 자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대화의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을 열어두는 것과 상대의 모욕을 감내하는 것은 다르다. 평화는 상대의 선의를 믿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평화의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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