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암호화폐 가치 '0' 될 수 있다"

암호화폐 대부업체 자체 발행 암호화폐 담보로
높은 금리로 돈 빌려 헤지펀드 등에 재대출 해
암호화폐 가치 오를 때만 유지되는 폭탄 돌리기

이주경 기자 | 기사입력 2022/11/28 [14:18]

WSJ "암호화폐 가치 '0' 될 수 있다"

암호화폐 대부업체 자체 발행 암호화폐 담보로
높은 금리로 돈 빌려 헤지펀드 등에 재대출 해
암호화폐 가치 오를 때만 유지되는 폭탄 돌리기

이주경 기자 | 입력 : 2022/11/28 [14:18]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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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이주경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 붙다시피 한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암호화페 투자자들이 투자에 앞서 당연히 암호화폐가 가진 담보가치를 따져봤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의 담보 가치는 공기 뿐이며 따라서 암호화폐의 가치도 0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기업을 차입 매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 그럴까? 기술이 뜨면 너무 가치가 치솟기 때문이다. 구글을 차입 매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기술은 잔존 가치나 부채 상환을 위한 담보가치는 거의 없다. FTX, 일론 머스크, 소프트뱅크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9년에 흑자 전환했던 트위터는 현재 연 10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트위터 차입 매수 비용은 달러당 60센트가 손해 나는 상태다.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머스크는 고평가된 테슬라 주식을 팔아 최근에 40억 달러를 버는 등 모두 190억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그가 트위터를 언론자유에 기반해 운영하겠다고 하자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고 종업원들도 떠난다. 그가 트위터를 파산하고 청산한다면 남는 것은 구식 프로그램과 경매에서나 팔릴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랑새뿐일 것이다.

기술과 부채가 함께하는 가장 최근 사례가 샘 뱅크먼-프리드다. 그의 FTX, 알라메다 제국이 폭발했다. 이들 회사는 좋게 말해 고객의 돈을 유용했다. 은행 예금 인출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파산보호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이 회사가 자체 발행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FTT 암호화폐를 근거로 돈을 빌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암호화폐의 집단 망상을 보여준다. FTT는 거의 거래가 되지 않아 FTX는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지만 영원히 지속할 순 없었다. FTX와 알라메다는 솔라나 등 자신들이 조작하는 암호화폐를 근거로 돈을 빌렸다. 이들 암호화폐는 한 때 샘 코인(Sam Coins)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사기 코인(Scam Coins)으로 불린다. 그들은 FTT의 가치가 영구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생각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투자했다. FTX는 직원 임금, 납품대금 등 모든 비용을 FTT 코인으로 지불해 FTT의 총 시장 가치가 거의 100억 달러까지 올랐다. 지금은 4억 달러에 불과하다.

시장 조작을 영원히 지속할 순 없는 법이다. 현실이 망상을 깨트리기 때문이다. 누군가 거품을 터트리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코인데스크가 FTT로 작성된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보도한 뒤 차오 창펑 바이낸스 CEO가 FTT를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48시간 만에 22달러에서 3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담보 가치도 마찬가지로 폭락했다. 연기가 가라앉자 FTX/알라메다는 80억 달러~15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채를 감당할 담보는 거의 남지 않았다. 채권자들에게 남은 자산을 배정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전망이다.

다른 암호화폐 회사들도 비슷하다. 가내 수공업 규모의 암호화폐 회사가 자체 발행 암호화폐에 대해 높은 금리를 주겠다며 고객 돈을 유치하는 식이 특히 문제가 됐다. 테라-루나 알고리즘 암호화폐는 20%의 금리를 보장하다가 큰 문제를 일으켰다.

바이낸스와 크립토닷컴도 암호화폐 기반 차입 금리가 4~8% 이상을 제시하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면 0.01%의 이자만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 모은다. 이들이 암호화폐에 많은 이자를 주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헤지펀드 등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등도 똑같이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다. 이렇게 돌고 도는 건 미친 짓이다.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사는 암호화폐 대출을 촉진하는 차입 플랫폼을 만들었다. 무엇을 근거로 차입을 하느냐? 마찬가지로 공기뿐이다. 제미니사는 8%의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어떻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지가 문제가 된다. 가치가 오를 때만 가능한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 대출은 폭탄 돌리기여서 투자금의 10%를 받게 되는 사람조차 거의 얼마 남지 않는 파산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망상은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다.

FTX가 무너지면서 폭탄을 손에 든 고객들이 미친 듯이 자금을 회수하는 통에 대부분의 플랫폼이 거래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사라질 것이다. 대부자들이 마땅히 궁금해 했어야 했다. 담보가 뭐냐고, 자산이 전부 어디로 갔냐고.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제 정신인 대부자라면 돈을 빌려줄 리 없다고. 그러나 질문은 없었다.

2020년 소프트뱅크가 파생상품과 부채를 동원해 기술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큰 손해를 본 것도 비슷한 사례다. 소프트뱅크가 FTX에 1억 달러를 투자한 것 말고도 이상한 점이 있다. 손정의 CEO의 회사에 대한 부채가 거의 50억 달러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손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고 한다. 소프트방크 주가가 2021년초보다 50% 가량 떨어졌다. EP

 

ljk@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이주경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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