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 혈세 낭비"…尹,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하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하락 시 매입 의무
정부,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요청 공식화

정시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3/24 [14:35]

"매년 1조 혈세 낭비"…尹,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하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하락 시 매입 의무
정부,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요청 공식화

정시현 기자 | 입력 : 2023/03/24 [14:35]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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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정시현 기자]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주도로 처리된 이 법안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 토론에 나섰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의 주도로 재석 277명 중 169명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반대는 90표, 기권은 7표였다.

 

앞서 양곡관리법은 1월30일 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의 3~5%,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 시 의무 매입하는 게 핵심이다. 당초 민주당이 발표한 '초과 생산량 3% 이상',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보다는 완화됐으나 쌀 의무 매입 조항은 그대로 뒀다.

 

쌀 의무 매입으로 벼 재배면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배 면적 증가에 따른 초과 생산 물량은 정부가 의무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정부에 재량권을 최대한 주되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겠다는 의미다.

 

야당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쌀 과잉생산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쌀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수확기에 이미 인지했음에도 늑장 대처하면서 쌀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또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국가 식량안보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량을 조절해 필요한 양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콩, 밀, 가루쌀(분질미) 등 전략작물직불제로 돌리는 게 핵심"이라며 "시장격리는 쌀값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쌀 매입이 의무화되면 지금보다 과잉생산이 고착화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90%가 넘지만, 다른 밭작물은 기계화율이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면 농가들이 손쉬운 벼농사를 고집해 다른 작물 전환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판단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면 당연히 농업인들에게 벼를 재배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정부가 다 수확해 품질을 전환하는 정책을 하고 있는데 (법 통과 시) 그 방향이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면 쌀 생산도 안정화되고 쌀 가격이 올라갈 거로 생각하는데 전문가 분석을 보면 과잉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다"며 "농업인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의무 격리에 따른 혈세도 낭비될 거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초과 생산된 쌀을 보관하는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준식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2030년까지 8년간 365만t의 쌀이 초과 생산되며 총 1조85억원의 쌀 보관 비용이 추가될 거라고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곧바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곡관리법 수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과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부작용이 너무나 명백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거부권)을 제안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정은 양곡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EP

 

js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정시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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