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쌍한 북한 대머리들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3/11/18 [11:57]

[칼럼] 불쌍한 북한 대머리들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3/11/18 [11:57]

이미지=pixabay

# 여덟시 통근길에/대머리 총각/오늘도 만나려나/떨리는 마음/시원한 대머리에/나이가 들어/행여나 장가갔나/근심 하였죠/여덟시 통근길에/대머리 총각/내일도 만나려나/기다려지네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대머리 총각’은 1966년 진원 작사, 정만섭 작곡으로 가수 김상희가 부른 노래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총각이어서 내일도 기다려진다는 내용이다.

‘대머리 총각’은 북한에까지 전파된 노래였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김신조와 그해 겨울 자수한 무장공비 조응택도 기자회견장에서 이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북한에서 남몰래 남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배웠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탈모를 ‘번대(대머리의 방언)’라고 하는데 독수리의 북한어인 ‘번대수리’에서 따온 말이다. 남한에서 탈모는 ‘공짜를 밝히는 사람’ ‘정력의 상징’으로 통하지만 북한에서는 ‘부의 상징’ 또는 ‘궁핍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대머리는 대중소 3가지 유형이다.

나이 든 사람이 앞쪽부터 쭉 밀려 옆머리만 남은 대머리(북한 간부)를 ’대번대‘라고 하는데 ‘욕심 많고, 복이 많다, 돈이 잘 들어온다’라는 이미지로 통한다. 여기에 배가 나오면 간부로 보이고 돈도 있어 보여 마른 사람보다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 

‘중번대’는 일명 ‘재떨이 번대’라 불리는데 머리 가운데, 즉 정수리 부분에만 동그랗게 탈모가 진행된 유형을 뜻해 북한에서는 궁핍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소번대’는 이마 쪽에 탈모가 진행돼 이마가 넓어 보이는 탈모 유형을 뜻한다.

그러고 보면 북한에도 대머리들이 많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장티푸스와 파라티푸스의 후유증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거나 오랜 기간 군 생활에서 오는 후유증도 있다고 한다.

고위 간부들이나 일부 부유층은 중국에서 가발을 구해 쓰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이것 또한 아이러니다. 

북한이 지난 9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머리카락이고,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가발이다.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9월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총 182t에 달하는 가발과 수염, 속눈썹 등을 중국에 수출했다. 총 1796만 달러어치로 이 기간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 2779만 달러의 약 65%에 달한다. 반면 북한이 9월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머리카락으로 206t(2146만 달러)의 ‘가발 제조용 사람 머리카락’을 수입했다.

어찌 보면 중국산 가발을 쓰고 다니는 북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수출한 가발을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이다. 이참에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을 위한 가발도 보급하면 어떨까 싶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좀 더 내밀한 북한 소식의 전령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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