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 기자] 지난 13일, KBS에 엄청난 평지풍파가 불었다. 메인 뉴스인 '뉴스9' 앵커가 갑자가 바뀌고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했던 주진우 기자가 갑작스럽게 하차했으며 TV 시사프로그램인 '더 라이브'가 갑자기 종영하는 일이 벌어졌다.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박민 사장이 취임한 날 발생한 일이다. 박민 사장은 문화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역임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장 임명이 대통령과 방통위원장과의 친분으로 인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병역기피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상습 체납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과거 문화일보 재직 시절 쓴 글들 역시 '편향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인사청문회는 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박민 사장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하지만 취임일인 13일, 급작스런 뉴스 앵커 교체와 프로 종영, 진행자 교체가 이어지면서 박 사장을 향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히 이들의 하차가 사전 고지 등이 없이 취임 전날 전화로 통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사장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사태에 대해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줄 알았다.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박 사장은 14일에는 "공영방송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박 사장은 불공정 보도의 예시로 검언유착 사건, 윤지오씨 취재,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생태탕 의혹, 김만배 녹취록 보도 등을 들면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TV·라디오 방송에서도 일부 진행자가 편향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취임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 개폐와 방향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일부 프로그램이 공정성 관련 많은 지적을 받았고, 수신료 분리 징수를 포함해 위기를 맞았다. 본부장 인사 후 '제작·편성본부에서 지금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재점검, 공영방송 정체성을 상실했으면 어떻게 할지 적당한 대처를 협의해서 진행하라'고 했다. 이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말과 행동은 시청자들의 '게시판 항의'와 수신료 납부 거부로 이어졌고 그의 '대국민 사과'는 '대용산 사과'라는 비야냥을 받고 있다. '더 라이브' 폐지와 관련된 시청자 민원은 KBS가 답을 해야하는 횟수를 채웠고 시청료 납부 거부를 외치는 시청자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정부의 '시청료 납부 방식 변경'에 반발하며 대국민 메시지를 보내던 상황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는 KBS지만 시청자들은 과거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어용 방송의 선봉에 섰던 KBS의 흑역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 박민 사장의 등장으로 흑역사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 정상화'가 이유라고 하지만 통보 없이 진행자 교체와 프로그램 폐지를 하는 것은 언론사의 기본 도리를 망각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민 사장의 등장. KBS의 미래는 이제 안갯속이 됐다. EP hcw@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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