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면 여야 대치가 소강국면으로 접어 들것이라 생각한 순진한 사람들이 많았다.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다음 대선을 준비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의 투쟁방식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야당이 막강한 힘으로 더욱 거세게 밀어 붙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국은 후자들이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전세사기특별법’, ‘김건희 특별법’ 등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소식이 하나 들어 왔다. 바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한 말이 그것이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대담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는 한반도 통일이 북한 세습 정권의 종말 또는 북한 주민에 대한 중국의 국경개방 등 2개 방식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자는 우리나라가 북한을 흡수통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후자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차 석좌의 우려는 다른데 있었다. 그는 "문제는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이 통일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느냐"라고 했다. 차 석좌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말에는 “우리가 그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방점이 찍어 있는 것 같다. 사실이 그렇다. 지금처럼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면 대비태세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 여야, 좌우가 나뉘어져 국력을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세계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푸틴은 6일 전술 핵무기 배치를 연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이란이 슬슬 불을 더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대만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의 긴장도는 하루가 다르다. 북한은 광적인 미사일 도발에다 윤석열 탄핵을 뒤에서 조종하며 남한 내부를 이간질하기에 바쁘다. 여기다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또 “왜 우리가 다른 사람(한국인)을 방어하나”며 징징거렸다. 고금리, 고유가, 고물가 등은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대파’니 ‘명품백’이니 하는 국내의 자잘한 문제들에 휩쓸려 몰입되면 정작 큰 문제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이제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우리가 처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여의도 따로, 용산 따로 논다면 이보다 더 한 국력 낭비는 없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1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한다. 여러 현안들이 떠오르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일은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특검 등도 수용해 야당이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긴가민가 하는 국민들의 의심을 풀어줄 수 있다. 또 국가와 민족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 주고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국정지표로 삼아야 한다.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의석수를 앞세워 9차례나 밀어붙였다. ‘방폐장법’같은 것은 야당의 반핵 소수 강경세력에 막혀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국익은 뒤로 하고 정략에만 눈이 먼 결과다. 야당도 국정에 공동책임을 지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P webmaster@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