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벌그룹 계열 금융사, '그룹 리스크' 자기자본 규제에 반영해야"
"금산분리 규제 개선에도 활용 기대"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7/08/27 [14:20]
[이코노믹포스트=한지연기자] 삼성·한화·동부 등 재벌그룹의 계열회사 형태인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 관리를 위해 그룹 리스크를 자기자본 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이기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그룹 리스크 반영을 위한 금융회사 자기자본 규제 개선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기자본 규제는 금융사가 예기치 못한 손실을 영업 과정에서 입는 경우 정부나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없이도 스스로 일정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소 자본을 사전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KB·하나·신한 등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그룹들이 엄격한 감독 규제를 받는데 비해 재벌그룹들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 2013년 발생한 '동양사태'가 그룹 내 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된 대표 사례다. 당시 동양그룹은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의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동양 등 부실 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해왔다. 금융지주그룹들이 그룹 차원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을 규제 받고 있는 반면 동양그룹과 같은 재벌그룹은 계열 금융사별로 감독이 이뤄져 그룹 전반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옮겨붙는 것을 감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금융감독 통합 국제기구인 '조인트 포럼'(Joint Forum)은 이미 1999년 출자관계에 의한 자본 왜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자본 규제에 블록쌓기방식과 전액공제방식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블록쌓기방식은 금융사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이들을 하나의 통합된 자기자본 규제 대상으로 인식해 위험 대비 자기자본 적립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고, 전액공제방식은 계열사에 대해 블록 쌓기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울 경우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전액을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현재 보험업과 증권업에서 그룹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아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보험업의 경우 계열사 지분에 대한 보험사의 자기자본 산정 기준 중 일부가 그룹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아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이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고 증권업은 계열회사 출자액을 종류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전액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어 그룹 리스크가 왜곡돼 평가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두 업태 모두 그룹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블록쌓기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보험업의 경우 블록쌓기방식의 적용이 어려운 계열사 지분에 대해 전액 공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그룹 리스크가 자기자본 규제에 적절히 반영되면 금산분리 규제의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는 "금융사와 비(非)금융사가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 허용될 경우 금융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그룹 내 계열사에 비효율적으로 전용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야기한다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규제는 그룹 건전성 감독과 문제 의식을 일부 공유한다"며 "금산분리 관련 규제들 중에서 금융사의 비금융사 지분보유를 제한하는 일부 규제를 자기자본 규제로 대체한다면 계열관계로 인한 위험 수준에 비례하는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적립할 의무가 금융사에 부과됨으로써 금융사의 자금이 전용되는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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