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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트라우마(Trauma, 外傷)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박사
기사입력  2017/12/09 [21:02] 트위터 노출 2,082,961 페이스북 확산 0   이코노믹포스트

 


[이코노믹포스트=박명윤 칼럼니스트]
“소령 이,국,종” 지난 12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수원 아주대학교 의대 이국종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자기소개를 “아주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 이국종” 대신에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官等姓名)을 복창했다. 해군 정복 차림의 이국종 소령은 “저희는 한ㆍ미 동맹이 그냥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저희 외상센터를 축으로 주한 미군, 한국 해군이 2003년부터 일해 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몸에 총상을 입고 사선(死線)을 넘어 귀순한 북한병사를 무사히 구출해 내고 성공적으로 치료한 공동경비구역(JSA) 미군 대대장, 군의관, 의무담당관, 한국군 병사와 이국종 교수를 격려했다. 미군 항공의무후송팀이 총상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북한 귀순병을 판문점에서 헬리콥터로 수원 아주대병원(Ajou University Hospital)까지 이송하면서 신속히 응급조치를 취했다.

 

만약 응급조치가 실패했으면 북한 귀순병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이국종 교수는 말했다. ‘더스트 오프(DUST OFF)’라고 불리는 미군의 항공의무후송팀은 전장의 아군을 구출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출동한다(Dedicated Unhesitating Service To Our Fighting Forces)는 뜻이 담겨있다. 항공의무후송팀 소속 의무(醫務) 부사관, 군의관 등은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

 

이국종 교수는 국가유공자 유족 병역특례에 따라 단기 수병(水兵)으로 1990년에 전역했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은 해적에게 모두 6발 총격을 받아 위중한 상태였다. 이국종 박사는 ‘아덴만 여명작전(Operation Dawn of Gulf of Aden)’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2015년 7월 명예 해군 대위 계급과 ‘해군 홍보대사’가 되었고, 정부로부터 국민포장도 받았다. 그리고 2017년 4월 소령으로 진급하여 첫 ‘명예해군 진급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응급의학(應急醫學, emergency medicine)은 즉각적인 의학적 주의가 필요한 급성 질환이나 손상의 치료를 연구하는 분야이며, 응급의학과는 응급의학을 바탕으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전문 진료과목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법률 제14927호)에서 정의한 응급의료(應急醫療)란 응급환자가 발생한 때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환자를 위하여 하는 상담ㆍ구조(救助)ㆍ이송ㆍ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외상외과(外傷外科, trauma surgery)란 갑작스런 외부적 요인(교통사고, 생활안전사고, 산업재해, 폭행, 상해 등)에 따른 신체조직과 장기의 손상, 즉 다발성외상 또는 중증외상(重症外傷)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처치와 수술을 시행하고, 경우에 따라 환자 회복 이후의 재활치료도 담당한다.

 

외과의 세부(細部)분과 중 하나인 외상외과는 흉부외과, 신경외과와 함께 의학 분야 전체를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로 꼽히며, 외상외과학(外傷外科學)은 여러모로 난이도 최고 수준의 의학 분야이다. 특히 집중치료와 수술 및 소생이 필요한 부분을 별도로 ‘중증(重症)외상외과학’이라 부른다. 따라서 중증외상외과는 365일 24시간 상시 대기상태일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외상외과 의사는 돈 잘 벌고 멋 부리는 의사가 아니라, 응급 상황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출퇴근이나 휴식시간을 보장받기 힘들어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 또한 당장 수술이 필요한 외상외과는 연장근무와 철야가 일상적이다. 식사는 컵라면, 배달 음식 등으로 때우기가 다반사이고, 잠은 퇴근도 못하고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의사 중에서 사람의 생사(生死)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는 극한 직업이다.

 

중증외상 환자의 대부분이 산업현장의 노동자이므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적자(赤字)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병원 경영진의 눈치까지 봐야 하므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정부의 지원도 부족하고 국민적 관심도 적은 외상외과 분야에서 사명감과 각오로 일하는 전문의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의사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고현장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각급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고도 제대로 된 응급진료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사건들이 60-70년대에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의학협회는 1979년 ‘야간구급환자 신고센터’를 운영하여 신고를 받으면 구급차를 출동시켜 진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1982년에 ‘119 구급대’가 출범하였다. 미국에서는 중증외상환자의 82%가 사고가 난 후 1시간 이내 ‘골든아워’에 치료를 받는다. 

 

한편 1945년 9월부터 37년간 계속된 ‘야간통행금지’가 1982년 1월 5일 새벽 4시부터 해제되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비(非)응급환자들도 응급실로 몰렸다. 이에 응급의료체계의 수립과 전문적인 응급의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1987년 3월 영동세브란스병원에 한국 최초의 ‘응급의학과’가 설립되었고, 1989년에는 대한응급의학회가 창립되었다. 

 

‘응급의료체계’란 응급의료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현장에서 적절한 처치를 시행한 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한다. 병원의 응급의료진은 의료기술과 장비를 집중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다. 응급 외상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예방 가능한 사망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증외상환자가 매년 10만 명 정도 발생하지만, 환자 이송 및 진료체계가 취약하여 완치 가능한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이 35%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일본 증 선진국의 10-1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중증외상 환자는 모든 외상을 파악하기가 어려운데다 치료가 시급하기 때문에 일단 흉부, 복부 등을 절개한 다음 출혈을 잡고 망가진 장기를 꿰매거나 절제하는 것이 수술의 일차 목표이다.

 

이국종 박사는 미국 연수 후 상황이 심각한 중증외상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손상통제수술(Damage Control Surgery)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즉 일반수술과 달리 복강(腹腔)을 열어두고 의료용 특수 천을 덮은 채 수술을 일단 중지한 뒤, 상황이 좋아진 다음 다시 재수술을 통하여 완전히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많은 의사들이 반발했지만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율을 0-5%에서 30-40%까지 끌어올렸기에 외과학(外科學) 교과서에 이국종 교수가 이 수술법을 단독 집필하였다.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뿐만 아니라 대부분 병원의 외상외과는 적자이다. 정부 지원금과 병원 타부서 매출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집도했던 아주대학교병원(1994년 개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우학원 이사회는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 2억 4천여만 원을 손비(損費) 처리했다. 병원비를 지불해야 할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자산이 묶이면서 병원비를 모두 정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증외상환자는 위중한 상태 때문에 수술을 수차례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에 많은 고가의 의료기기들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비용이 환자에게 청구된다. 이에 2016년부터 전국의 권역외상센터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을 때 최대 30일 동안 본인부담액이 기존의 20%에서 5%로 낮추어져 본인 부담률이 기존의 1/4로 경감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박사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6.25전쟁 때 통신병으로 참전하다가 지뢰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이다. 당시 상이군경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나빴던 탓에 중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국가유공자 아들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냈다고 한다. 지병으로 축농증(蓄膿症)을 앓았기에 국가유공자에게 발급하는 의료복지카드로 병원을 다녔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기에 진료를 거부당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픈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해군사관학교 입학을 마음먹었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대신에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1988년 수원 아주대학교(亞洲大學校) 의과대학에 입학(의대 1기)했다. 의대 4학년을 마친 시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의사의 길을 포기하려고 학교에 제적 신청을 내고 해군 갑판병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해군 간부들이 의대 졸업을 포기한 이국종 수병에게 다시 의사의 길을 걷도록 격려를 하면서 ‘뱃사람 정신’을 강조했다고 한다.

 

1995년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999년에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2002년에 외과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연구강사, 응급의학과교실 전임강사, 응급의학교실 외상외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외과학교실 및 응급의학교실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해외연수는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Trauma Center와 영국 Royal London Hospital Trauma Center에서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애고 외상센터(Trauma Center)에서 연수를 받을 때 지도교수가 미 해군 군의관(軍醫官) 출신인 포텐저(Bruce Potenza) 예비역 대령이었다. 2003년 귀국한 이국종 교수는 포텐저 교수의 추천을 받아 2003년부터 현재까지 주한 미군의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전담한 공적으로 백악관으로부터 감사장을 2번, 미 육군으로부터는 여러 차례에 걸쳐 감사장을 받았다. 영국 연수 시절에는 영국 해군 군의관들과 함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서 부상당한 영국군을 치료했다.

 

지난 18대 국회 때 무산위기 직전에 극적으로 이른바 ‘이국종法’이라 불리는 ‘응급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중증외상센터는 기사회생했으며, 정부는 17곳의 권역외상센터를 세우겠다고 했다. 2012년 이후 매년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1-5곳씩 선정돼 2016년까지 총 16곳이 지정되었으며, 마지막으로 2017년 11월 29일에 진주 경상대병원이 경남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되어 17곳 지정이 5년만에야 완료됐다. 현재 운영 중인 센터는 9곳이고 나머지는 개소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법적 기준을 충족해 운영 중인 9곳은 아주대병원(경기 남부), 가천대길병원(인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원), 단국대병원(충남), 을지대병원(대전), 울산대병원(울산), 부산대병원(부산), 전남대병원(광주), 목포한국병원(전남) 등이다. 현재 개소 준비 중인 곳 8곳은 의정부성모병원(경기북부), 충북대병원(충북), 안동병원(경북), 경북대병원(대구), 원광대병원(전북), 진주경상대병원(경남), 제주한라병원(제주), 국립중앙의료원(서울) 등이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함을 호소하면서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내년도 중증외상센터 관련 예산이 문재인 정부 제출안보다 212억원 증액해 612억원을 편성하기로 여야(與野)가 합의했다. 전국 중증외상센터에서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응급환자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EP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시사주간,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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