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슈 · 민심[民心] 둘로 쪼개놓았다?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8/02/28 [13:46]
[이코노믹포스트=최민경기자] 정부 안전진단 강화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지역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역별로 연대 음직임을 보이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양천구 등 재건축 기준 강화에 불복해온 자치구 주민들이 개최한 토론회에는 지역구 여당 의원을 제쳐놓고 야당 의원이 참석해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성토하는 등 재건축 이슈는 민심을 둘로 쪼개놓으며 정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양천발전시민연대(양천연대)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를 만나 재건축 안전 진단 강화 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파트 입주민의 안전을 좌우할 결정을 내리면서 정작 그 의견을 묻지 않아 헌법상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양천연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얼마 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걸려 있을 때는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치라고 했는데, 노원이나 양천구민 누구에게도 그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불복 운동이 거센 배경도 토로했다. 그는 “(단지에) 소방차가 제대로 못 들어온다. 신시가지에서 화재가 나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면 국토부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런데도) 소방이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이 아니라 거주환경에 들어간다. 스프링쿨러, 배관 배수 누수 다 거주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안전 기준을 만들어 발표하다 보니 이런 절름발이 규제가 나왔다는 것이다.
양천연대가 정부 조치에 불복해 꺼내든 카드는 안전진단 속도전, 그리고 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주민들과 연대다. 현재 서울 양천구에서는 목동 신시가지 4·5·6·9·10·12·13 단지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지구단위 계획 발표를 기다리며 그동안 미뤄온 안전진단을 서둘러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양천연대 및 비강남권 차별 저지 범국민 대책본부(가칭)를 꾸리기로 하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강남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강남구 개포현대4차 등도 안전진단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이들은 여론 몰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를 ‘강북의 희생을 볼모로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강북 주민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강남에 사는 현 정부 관료들이 이러한 기준강화의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도 내세우고 있다. 불복운동이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린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지역은 비단 강북만이 아니다. 아파트 내전은 강남, 그리고 지방 주요 도시로도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소송에는 강북은 물론, 강남, 그리고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단지들까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부법인 인본은 홈페이지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위헌소송을 함께할 청구인단을 모집합니다’는 공지사항을 띄워놓고 있다. 이 제도가 국민의 평등권, 재산권,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정부가 강남,강북 등 특정 지역에 교육, 문화, 교통 등 기반시설을 깔아 기여한 아파트 가격의 상승분 일부를 국고로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예컨데, 강남에는 우수한 학교 등이 입지해 있고, 도로 등 제반 인프라도 뛰어나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니 이 기여분 일부를 가져가겠다는 논리지만, 이 제도가 헌법 조항을 거스른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많은 않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안전문제 등 절박한 사정을 안고 있지만, 대부분은 시세 차익을 노린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 신천역 인근의 트리지움 아파트에서 월세로 사는 박민아(가명)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집을 살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민의 희망을 앗아가는 집값 앙등을 잡지 않고,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냐는 목소리도 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곳은 10만3822가구다. 이 가운데 비강남권인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1위를 차지했다. 노원구(8761가구)가 뒤를 이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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