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무정자증 등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나요?

이호종 변호사 | 기사입력 2021/04/23 [16:55]

[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무정자증 등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나요?

이호종 변호사 | 입력 : 2021/04/23 [16:55]

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Q
: 甲은 30대에 이르러 중매업체를 통해 乙을 만나 1년여 간 교제를 한 후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甲은 여자로서는 다소 많은 나이인지라 신혼 초기부터 아이를 갖기를 원했으나, 乙은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甲과의 성관계를 극히 꺼려했고 결혼 후 1년이 지난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에 빠졌습니다. 급기야 불임검사를 받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乙이 무정자증에다 성염색체에 선천적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甲은 乙의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를 이유로 법원에 혼인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甲의 청구는 받아들여질까요?
 
A : ‘혼인의 취소’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으나 그 혼인에 위법사유가 있어서 혼인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혼인의 취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야만 합니다. 혼인 이후에 후발적으로 발생한 혼인파탄 사유로 인한 민법 제840조 각 호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와는 달리, 혼인 자체의 효력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혼인의 취소 사유는 보다 제한적으로 적용됩니다.
 
혼인의 취소사유로는 민법 제816조에서 부모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의 혼인, 근친혼 사이의 혼인, 배우자 있는 자의 혼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와 더불어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 달리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관하여 문언 등의 내용이 다르므로 그 해석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무정자증 등 임신가능 여부가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1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로 인한 경우라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는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겠지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혼인취소의 사유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나아가 무정자증이나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임신 불능의 경우라면 성기능 장애에 비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계속 영위하는데 있어서도 얼마만큼의 장애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이혼의 사유로 인정함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甲이 배우자인 乙을 상대로 乙의 성기능 장애, 무정자증, 선천적 성염색체 등을 이유로 혼인취소를 구한 위 사안에 있어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부생활에 있어서 乙의 성기능 장애가 크게 문제되어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혼 사유의 존재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무정자증이나 선천적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임신 불능을 이유로 한 甲의 혼인취소의 소는 인용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EP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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