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바위에 대고 소원을 비는 어리석음

주장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12/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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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바위에 대고 소원을 비는 어리석음

주장환 논설위원 | 입력 : 2024/12/24 [08:43]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가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어느 산에 장쾌하고 근엄하게 생긴 바위가 우뚝 서 있었다. 어느 날 이 산의 풍광을 구경하러 왔던 스님 한 분이 이 바위를 보고 반했다. 그래서 그는 끌과 망치를 가져와 그곳에 불교 상징물로 사용되는 만(卍)자를 새겨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자들이 그곳에 찾아와 소원을 빌고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제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 한 분이 그곳을 지나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卍자를 지우고 그곳에 십자가를 대신 새겨 넣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독교인들이 찾아와 예배를 하고 천당에 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

사람들은 자칫 잘못하면 허구의 매개를 통해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미신에 빠져든다. 이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맹신과 맹목으로 세상을 재단하며 편견과 아집, 욕망과 어리석음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웃, 사회, 국가에도 해악을 초래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무속 논란 중심에 섰던 인물인 일명 ‘건진 법사’ 전 모 씨가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한때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이란 사람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12·3 비상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무속인으로 활동하며 점집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도 ‘지리산 도사’로 불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는 유독 점이나 풍수 등에 약하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혹한다. 한때는 박정희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저뚱 묏자리를 봐주었다고 자처하는 도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부모 묘 이장과 이사를 통해 대선에 다시 도전했다. 어느 젊은 스님은 군종장교 시절에 인사철만 되면 고위급 군인들이 찾아와 진급 가능성을 점쳐달라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 주변인에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무당 진령군의 말에 속아 나라를 말아 먹은 고종과 명성황후, 숙종시대 무속에 심취해 신당을 설치하고 인현왕후를 저주한 장희빈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반이성적 행태는 나라를 망치는 행위이며 정치에 대한 모욕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무게감에 비춰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참으로 허망하고 개탄스러운 2024년 용의 해(甲辰年) 연말 풍경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주장환 논설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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