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슬픔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25/02/1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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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슬픔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25/02/1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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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필자의 주위에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는 물론 이미자와 최희준의 노래나 70~80년대 팝송도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은 락, 비트박스, 랩 등을 들으면서 박수를 치기도 한다. 때로는 유튜브에서 옛날 영화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심지어 그보다 오랜 무성영화를 보면서 “아~ 저 시절에는 저랬었나?” 하면서 감탄한다. 분위기가 살아나면 존 웨인이나 말론 브란도, 알랭 들롱을 추억하기도 하고 ‘닥터 지바고’의 아스라한 시베리아 풍경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논어>나 <중용>, <삼국지> 같은 옛 책을 뒤적이기도 한다.

보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만 컴퓨터도 어느 정도 다루며 커피숍에서 키오스크로 주문도 제법 한다. 한식을 더 좋아하기 하지만, 양식도 가끔 즐기며 때론 프로 축구나 야구장에 가기도 한다. 옛것을 만끽하며 요즘 유행도 함께 즐기는 이 ‘양다리 걸침’은 매우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을 가져다 준다. 젊은이들 중 일부나 좌파 쪽에서 보수를 ‘틀딱’ 이니 ‘곰방대’니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런 그들도 곧 보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가 세대를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아래 세대들로부터 보수라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보수는 한자로 ‘保守’라고 쓴다. 보전(保全)하여 지킨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보수를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의 것이나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떤 학자는 보수(補修), 즉 낡거나 부서진 것을 손보아 고치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옛것을 잘 다듬고 조금씩 개량하여 새롭게 만드는 것, 혹은 그런 마음자세가 아닌가 한다. 보수는 오히려 진보보다 더 진보적이고 혁신적일 수 있다. 온고지신의 태도를 부단히 견지해 나간다면 태극기 보수야말로 진정한 진보이고, 진보로 위장한 종북주사파는 퇴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양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칫 그것만 고집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선입견이다.때때로 한 가지만 좋아하는 폐쇄적이고 편협적인 사람들로 치부당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들은 서양 클래식 뿐만 아니라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모든 좋은 음악을 사랑한다. 조작을 통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현대사회에서 보수는 틀딱이라는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사고 방식은 오히려 낡은 틀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아집에 불과할 뿐이다.

불교에서는 ‘세상은 머무르지 않으며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에 의해 마음이 일어난다(應無所住 而生其心)’고 한다. 한 순간에도 구름처럼 수백, 수천 번 바뀌는 마음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런 이치를 깨닫기만 한다면, 철 지난 운동권 논리를 벗어던지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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