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상낙원인데···왜 문을 걸어 잠글까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6/02/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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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상낙원인데···왜 문을 걸어 잠글까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6/02/25 [07:27]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논설위원】 #2026년 1월 26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 교포와 일본인들이 북한에서 당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북한 정부가 각 원고에게 2200만 엔(약 2억74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와사키 에이코(83) 씨 등 원고 4명은 거짓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갔다가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면서 지난 2018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북한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3000여 명의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을 북송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이주시켰다. 북한 정부는 친북 성향의 재일동포 단체인 조총련을 통해 주택, 식량, 교육, 취업이 보장되는 ‘지상낙원’이라며 사람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북한 당국이 표현은 물론 주거, 교육, 직업을 제한하고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의 연락을 검열하는 등 북한 도착 직후부터 삶의 모든 측면을 철저히 통제했다고 증언했다. 

1960년 17살의 나이로 북한에 간 에이코 씨는 이후 43년간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2003년에 탈출했다. 그는 지금도 날이 어두워지면 북한의 참상이 떠올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청진항에 배기 도착했을 때 속았다는 걸 알았다. 도시 전체가 암흑이었고, 환영 나온 사람들은 꽃다발을 들고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영양실조로 야윈 얼굴은 새까맣고 까칠했다. 양말조차 신지 않은 사람들은 전부 허름한 천으로 만든 회색 옷을 입었고, 천으로 만든 신발 밖으로 발가락이 튀어나온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한마디로 거지 떼 같았다. 누군가 북한 군인이 알지 못하게 일본어로 조선학교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내리지 마라. 다시 그 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이후 북한 생활에 대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사람들이 많았고, 경제적 조건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병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위험분자로 취급당하며 차별과 감시의 대상이 됐다.”

그는 2007년 출간한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끔찍한 기억을 토해냈다. △굶주린 아이들은 석탄과 진흙을 이긴 골탄을 껌처럼 씹는다 △창문도 없는 열차는 화장실까지 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꽉 들어차 용변도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다 △자살도 허용되지 않는다 등 8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쿄지방법원이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에서 당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북한 정부에게 배상 판결을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실제로 배상금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은 “북한이 자행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유의미하게 인정받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은 그들만의 낙원이자 지상 최대의 감옥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등 새로운 법률 도입과 단속 강화를 통해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더욱 억압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 있으면 세계는 물론이고 남한에 ‘진짜 지상낙원’을 제시해야 한다. 문을 꽁꽁 걸어 잠글 이유가 없는데도 잠그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좀 더 내밀한 북한 소식의 전령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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