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는 왜 ‘트럼프의 미국’에 등을 돌렸나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26/04/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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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는 왜 ‘트럼프의 미국’에 등을 돌렸나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26/04/06 [08:51]

REUTERS

 

전 세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갤럽의 최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미국 지도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1년 만에 8%포인트 급락하며 31%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36%로 올라서며 미국을 앞질렀다. 5%포인트라는 격차는 지난 20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치다. 이는 단순한 선호도의 변화가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지탱해온 미국의 파워가 붕괴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이번 호감도 급락의 일차적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대외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 아래 시행된 보복 관세와 보호무역주의는 우방국들조차 적으로 돌아세웠다. 경제적 실익만을 쫓는 미국의 모습에서 세계는 더 이상 '관대한 리더'를 보지 못한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 시도와 같은 과도한 개입주의는 국제사회의 반감을 샀다. 도덕적 정당성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방식이 '깡패 국가'라 비난하던 중국, 러시아, 북한과 무엇이 다르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66개 국제기구 탈퇴라는 초강수는 미국을 스스로 '글로벌 왕따'로 만들었다. 기후 위기나 보건 안보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외면하는 리더에게 세계는 더 이상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미국의 고립주의를 틈타 '다자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개도국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인프라 투자와 저개발 국가를 향한 '백신 외교' 등은 인권 탄압이라는 본질적 비판 속에서도 수치상의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즉, 미국이 '채찍'을 휘두르는 동안 중국은 '당근'을 제시하며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탁한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조사에 얼마전 단행된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초강경 군사 행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갤럽 측의 설명대로 최근의 외교 정책 변화까지 합산된다면 미국의 호감도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 중국보다 호감도가 떨어지는 세상은 한국 외교에 전례 없는 도전이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온 한미 동맹의 주축인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잃어간다는 것은, 우리 외교의 선택지가 그만큼 좁아짐을 의미한다.

미국이 다시 '자유의 등대' 역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동남아는 실리만을 좇는 중국의 거대한 중력권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워싱턴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의 침몰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우리에게 이 현상은 단순한 강대국 간의 순위 바뀜이 아니다. 지정학적 숙명 속에 놓인 우리로서는 미국의 파워가 약해진 빈자리를 중국의 고압적인 질서가 채우게 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우리가 명·청의 눈치를 보며 국가의 안위를 보전해야 했던 통곡의 역사가 21세기에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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