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벌 제도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의 ‘공정성’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26/04/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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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벌 제도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의 ‘공정성’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26/04/15 [07:37]

 

이재명 대통령이 형벌 제도 혁신을 주문하며 ‘형벌의 합리화’를 화두로 던졌다. 형사 처벌 남발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막고, 경제 범죄에는 징벌적 과징금을 물려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전 국민의 전과자화를 우려하며 사법 권력이 정치화된 현실을 비판한 대목은 분명 새겨들을 점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가 있다. 바로 ‘누가, 얼마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느냐’는 신뢰의 문제다.

우리가 마주하는 사법 불신의 본체는 검찰의 거대 담론 이전에,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현장 공권력’에 있다. 대다수 서민은 평생 검사 얼굴 한 번 볼 일이 거의 없다. 대신 교통위반, 사소한 시비, 민생 범죄의 입구에서 경찰과 마주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법이 아무리 엄격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되어도, 이를 집행하는 현장 인력이 ‘지연과 학연’ 혹은 ‘사적 이익’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법은 이미 죽은 법이다.

특히 경찰의 초동수사는 사건의 골격을 결정짓는 결정적 단계다. 검찰과 법원이 기록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경찰이 작성한 초기 조서가 곧 진실로 굳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여중생이 경찰 배경을 믿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한 사례가 공권력의 상징처럼 비치는 현실은 뼈아프다. "경찰 한 사람만 알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형벌을 과태료로 바꾼들 현장의 비위와 유착은 더욱 은밀하고 교묘하게 파고들 뿐이다.

정치권이 ‘검찰 국가’를 비판하며 수사권을 조정해왔지만, 정작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할 내부 통제와 감찰 기능이 그만큼 고도화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형벌을 경제적 제재로 전환하는 것은 전과자 양산을 막는 실용적 대안일 수 있으나, 자칫 ‘유전무죄(有錢無罪)’의 면죄부가 되거나 현장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넓힐 위험이 있다.

사법 정의의 본질은 형벌의 종류나 액수에 있지 않다. 아무리 사소한 경범죄라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현장의 신뢰’에 있다. 이 대통령이 주문한 형벌 합리화 방안이 성공하려면, 법을 바꾸기에 앞서 집행 기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초동수사의 객관성을 담보할 시스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공포와 불신은 먼 곳의 검찰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의 불투명한 뒷모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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