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인이 행복한 나라

노인의 날

박명윤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10/25 [09:22]

[칼럼] 노인이 행복한 나라

노인의 날

박명윤 논설위원 | 입력 : 2023/10/25 [09:22]

노인의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에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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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국제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은 10월 1일로 1990년 오스트리아 빈(Vienna)A에서 열린 제45차 유엔총회에서 결의했으며, 1991년 10월 1일 전 세계 UN사무소에서 제1회 세계 노인의 날 행사를 거행했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노인의 날인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어서 하루 뒤인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결정하였으며, 199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제27회 노인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어르신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가 오늘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어르신들의 피와 땀 덕분입니다.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성장의 기틀을 세운 어르신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꼼꼼히 살피고 챙기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소중하게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을 확고히 지켜나가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10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노인복지법(老人福祉法)은 1981년 6월 5일 법률 제3453호로 공포된 노인의 심신의 건강 유지 및 생활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법률이다. 노인복지법 제6조(노인의 날 등)에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지 위하여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敬老)의 달’로 한다.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앙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노인의 날’에는 평소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사회와 이웃에 헌신하는 한편, 노인복지를 위해 힘써온 노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훈장·포장 및 대통령·국무총리·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뿐만 아니라 그해 10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명아주(한해살이풀) 줄기로 만든 전통 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청려장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80세가 넘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왕(王)이 하사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中風, 뇌졸중, stroke)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웰빙(well-being)과 사람답게 늙는 웰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사람답게 죽은 웰다잉(well-dying)의 순서를 밟기를 희망한다.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연구진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40여 국가의 평균수명과 사망 통계를 조사해 본 결과, 공중보건(Public Health)과 영양 개선, 의료 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은 해마나 높아져 인간 수명은 이미 최대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110세 넘게 사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평균수명을 늘어도 최대 수명은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125세로 본다. 

 

일본은 2022년에 100세를 넘는 인구가 9만명을 돌파하여, 우리나라보다 10배가량 많다. 해마다 4000여 명이 새로 100세인이 되어 내년에는 백세인 100만명 시대가 될 전망이다. 장수학(長壽學)계에서는 85세 이상을 초고령자, 100세는 백수자(百壽者), 105세는 초백수자라고 부른다. 110세는 수퍼센터네어리언(super-centenarian, 초장수인)이라고 부르며, 일본에 140여명이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의 9월 29일 방송에 따르면, 올해 100세 나이로 은퇴한 매들린 팔도는 18살부터 99세까지 80년 넘게 일했다. 팔도는 미국 시카고에서 전기 간판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사무 업무를 담당했으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팔도는 “해결 못 하는 일은 없다는 생각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며 “100세 나이에 이만큼 건강하게 살게 된 건 행운이므로 불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노화연구소에서 인간 장수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소피아 밀먼 박사는 “많은 100세 노인이 관계, 가족, 지역사회, 친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밀먼 박사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며 유전학도 장수와 많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밀먼 박사는 100세 노인들이 일반적으로 더 낙관적인데 매들린 팔도도 그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의과학자들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University of London) 의과대학, 일본 국립 노인학·노인의학 연구센터, 지바(千葉)대학 예방의과학센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ULB) 공동 연구팀은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쳐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16개국 65세 이상 남녀 9만3263명을 대상으로 취미 활동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장기추적 조사연구들을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이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우울증 발병 소지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취미(趣味)는 여가 시간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하는 활동으로 신체적 활동을 요하는 스포츠, 댄스도 있고, 미술, 음악, 독서와 같은 문화적 활동,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 활동 등 다양하다. 취미활동은 상상력과 창조적 사고를 단련시킬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이나 감각 기능을 자극한다.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빈도는 나라별로 자이가 있으며, 스페인은 51%, 일본은 90%로 조사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성인 20명 중 1명이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 우울증 발병은 생물학적 요인과 생활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과일, 채소 중심의 건강한 식단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등도 차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발병 요인 간 상관관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대표적인 바이오 분야 빅데이터(big-data)인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29만여명의 자료를 9년 동안 정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금연, 절주, 과일 및 채소 중심의 식단, 규칙적인 신체활동, 숙면, 사회적 관계 유지, 지나친 좌식 생활 피하기 등 7가지 건강한 생활습관이 우울증 감소의 핵심이라고 밝혀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가입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녀의 수명이 10여년 후 선진국 중에서 최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 여성은 평균 기대수명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집단은 한국 여성이 유일했다. 

 

미국의 건강, 의료 포털 웹 엠디(MD)에 실린 장수(長壽)의 비결은 △체중을 줄여라, △운동을 하라, △담배를 끊어라, △숙면하라, △성실하라, △용서하라, △친구를 사귀라, △결혼하라, △종교를 가져라, △안전장비를 착용하라 등 10가지이다. 특히 80년에 걸쳐 시행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변수는 성실(誠實)한 성격이었다. 성실한 사람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하며, 더 나은 직업을 선택하고 사람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산다. 

 

요즘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생존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가족이 다니는 신촌 연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연세대학교회 교인 중에 올해 100세이신 한태동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계시고, 최근 103세에 별세하신 김옥라 장로와 100세에 소천하신 유동식 박사(연세대 명예교수)가 있다. 그리고 고인이 된 교인들은 100세 전에 별세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롤 모델(role model)로 삼고 있는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 4월 23일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출생하여 올해 103세이지만 집필과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팡이 없이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걷으면서 “내 나이에 지팡이를 짚게 되면, 몇 해 뒤엔 휠체어를 타게 되고 그 후에는 외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이며, 75세까지는 모든 게 성숙해지고, 내가 나를 믿고 따를 수 있고, 또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나이라고 말했다. 75세까지 성장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이다. 살아보니 90세까지는 늙는 게 아니므로 누구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하고 공부하며, 일이나 취미 생활을 하라고 권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다. 

 

김 교수는 100년 이상 살아보니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남는 게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웃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는 사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사람,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에도 남는 게 있다. 내 즐거움, 행복이라는 건 내가 만들어서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남이 만들어서 주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게 나이고 보답하기 위해서,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노인의 날’에 즈음하여 노인들은 자신의 지난날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앞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올해 12월이면 만 84세(1939년생)가 된다. 1965년 1월 UN공무원(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에 임용되어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서 25년간 아동복지 향상을 위해 근무했으며, 1990년 1월부터 10년간은 한국청소년연구원에서 청소년 건전육성을 위해 노력했다. 퇴임 후 대통령 임명을 받아 국가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2008-2010)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교육위원회 위원장(2011-2013)으로 각각 2년씩 활동했다. 

 

필자는 월급과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근검절약하여 회갑, 고희, 팔순에 각각 1억원씩 총 3억원을 장학기금, 복지기금 등에 기탁했다.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1982년, 보건의 날), 국민포장(1990년, 어린이 날), 국민훈장 석류장(1996년, 청소년 건전육성), 국민훈장 목련장(2012년,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받았다. 그리고 보건대상(2014년, 대한보건협회, 상금 5백만원)과 관악대상(2020년, 서울대학교총동창회, 부상 30돈 순금메달)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매달 100만원씩 저축하여 ‘재산기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매주 건강칼럼을 집필하여 누구나 읽고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고자 Facebook 등에 게재하고 있다. 필자는 건강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3일(월,수,금)은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한다. 헬스장에 가지 않는 날에는 집안 거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령으로 근력운동을 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현역 칼럼니스트’로 살고 싶다. 

 

독일 태생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There are only two ways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라는 인생 명언을 남겼다. EP

 

pmy@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박명윤 논설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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